직업이 쇼핑쪽에 있다 보니. 가끔씩 황당한 질문을 받는다.

- 네비게이션 요세 얼마야? 노트북 얼마면 사? 컴퓨터 살려고 하는데 얼마야?

네비게이션 종류가 몇가지인가? 기능은 어떻고? 가격대는 10만원대부터 50만원 이상까지 있다.

컴퓨터.. 정말 본체만 했을 경우 10여만원에도 살수 있고. 100만원 가까이 들 수도 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어떠한 기능이 필요로 한지. 가격이 중점인지 브랜드가 중점인지.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의논하고. 해당 제품에 최저가를 알려 준다..
그러면 대략 70%는 다음에 산다라는 답을 한다.

그리고 만약 PC의 경우.. 내가 제품을 안내해줬을 경우. 무한 A/S를 각오해야 된다.
나를 통해서 샀으니 내가 책임져 주는건 당연하지만. 사람 심정이 정말 귀찮을때가
한두번이 아닌다.. 일요일 밤..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내일까지 레포트 제출해야 되는데. 인터넷창에 주소 넣는 곳이 없어."
"컴퓨터가 너무 느려~ 도대체 어떤걸 골라준거야.. 그냥 하이마트 가서 살껄.."

이런경우.. 밤에 귀차니즘을 뒤로 하고. 직접 가보면.. 주소 표시줄은 클릭 2번으로
해결 되고. PC가 느린건 백신 검사 한번 하고, 프로그램 추가/제거에서 이상한
소프트웨어를 지워주면 된다. 심한 경우는 포맷이지만.. 이때는 자료 날라갔다고
머라고 한다.
(정말 액티브엑스 왜 그리 죄다 설치를 하는지... 정말 10여개 넘게 샵가이드 같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다.)

나에게 돈 되는것은 하나 없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가격이 비싼거를 골라준다. 전화 한통화 하면 바로 와서
수리해 주는..
(정말 삼성컴퓨터 A/S직원들. 존경한다...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정말 은근히 열 받을것이다. PC안된다고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막상 가보면 전원코드 뽑아져 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ㅎ)

- 쇼핑몰 하나 차리려는데. 얼마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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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사 그만 뒀어.. 그냥 쇼핑몰 하나 차려서 아는 선배가 물건 싸게 준다고 했는데. 그거나 팔아서 돈 벌어야 겠다.

지금 이거 버는걸로는 힘들구나. 아는 사람이 카센터 하는데. 부품 팔아봐야 겠다.

이러면서 물어 본다. 쇼핑몰 만드는데 얼마냐?
물론 돈이 가장 중요하다. 어떠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사업에 투자되는 비용을
산정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최우선은 사업성이지만.)

쇼핑몰 하나 만든다... 일단 몇백은 든다.. 그러면 머 그렇게 많이 드냐고 한다.
디자이너 있어야 되고, 프로그래머도 있어야 되고. 그사람들 일주일이나 보름은 걸릴텐데
그사람들 한달 월급이 얼마일까? 그러면 그정도는 된다.

그럼 싸게 안되냐고 물어본다. (나.. 쇼핑몰 만들 시간도 없고. 스킬도 없다.)
누구 소개 시켜줄 사람도 없고. 그냥 인터넷 웹에이전시 찾아서 URL만 알려준다.

혹은 카페24나 메이크샵을 안내해 준다.. 그러면 또다시 이어지는 푸념..
HTML이 먼지도 모르고 포토샵이 먼지도 모르고.. 그냥 디폴트로 생성된 몰은 안 이쁘고
그러면 디자이너를 구하라고 한다... 얼마냐 물어본다. 한 50~100은 들겠다 한다.
설레발 친다.... 내가 어느정도 디자인을 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얻어 먹는 대가로)
마음에 안든다고 한다. 그러면 자세히 알려 달라고 한다.
두리뭉실 이야기를 한다.. 흐지브지 된다.

결코 온라인 유통을 우습게 보지 마라. 오프라인보다. 더욱 머리를 짜내야 한다.
소비자들이 심리도 생각해야 되고, 가격도 생각해야 되고, 배송이나 기타 반품에 대한
대비등도 생각해야 된다.

아는 사람이 물건 싸게 공급해 준다고 한다. 이건 정말 싼게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100만원짜리 90만원에 준다고 한다. 이거를 95만원에 팔면 5만원씩
이익이 남는다. 하루에 10개를 팔면. 50만원. 한달이면 1,500만원. 우와.. 돈 많이 벌겠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90만원에 공급해 준다는 제품.. 인터넷 찾아 보면 90만원보다 더 싸게 판매 되고 있다.
옥션만 가봐도 최저가 80만원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쇼핑몰 구축하는데 돈 들고. 마케팅은 안하나? (어디 듣보잡 URL이랑 쇼핑몰 사람들이
결코 안온다.)

그러면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돈은 돈대로 쓴다.

나는 패션에 관심이 있어. 동대문에서 옷 띄어다가 옥션에 팔꺼야..
이런 생각으로 옥션에 입점을 한다. 동대문에 간다. 가격을 물어본다.
판매자는 에누리를 생각해 정가보다 약간 높게 부른다.
만원짜리를 12,000원 부르고 만원에 판다. (이러면서 깍아주는 척.)
인터넷에 물건 팔꺼고. 여기서 앞으로 많이 살거니까. 싸게 달라고 한다.

판매자가 바보인가. 몇년동안 이런 사람들에게 많이 당해왔다.
만원에 파는거 9,000원에 주니. 2~3벌 사고. 몇주 있다가 반품 된거라면서 환불해 달라고 한다.

판매자는 대비책이 생겼다. 몇벌 이상 사야 9,000원에 준다. 현금으로만 되고 계산서는 안한다. 반품/교환 절대 안된다.

자~ 9,000원에 10벌씩. 총 20가지에 옷을 샀다. 마음에 드는 옷이라 신나게 집에 간다.
180만원어치.. 이거 옥션에 다 팔면 몇십만원은 벌꺼야..... 흐흐

집에 갔다.. 디카로 촬영을 하고 상세설명으로 텍스트 몇줄 넣는다.
배송비는 착불 4,000원...

안팔린다..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다.. 누군가 하나 샀다.. 오호 쫌만 더하면 잘 팔릴꺼 같다. 상품이 좋은데. 광고가 안되서 그런걸꺼야.

옥션에 유료 프로모션을 이용한다. 안나간다. 반품 안된다. 그냥 재고 끌어안고 있다.
아. 그냥 접는셈 치고 싸게 팔자
5,000원으로 가격 낮춘다. 안나간다. 3,000원.. 몇개 나간다.

손해를 봤다. 그런데 구매자들이 전화를 한다. 반품 한단다. 배송비 못 내겠다고 한다.
이딴 쓰레기를 왜 파냐 한다. 전화를 붙잡고 한바탕 욕을 주고 받는다.
밑지고 파는것도 억울한데. 서럽다..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돈은 돈대로 잃는다.

온라인 유통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 당신들은 여러 사람들에 희생양이 된다.
동대문 판매자. 그리고 옥션, 그리고 택배사, 그리고 기타 업체들..

성숙기에 들어선 온라인 유통.. 결코 진입장벽이 낮은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더 크다.. 나에게 9,000원에 준다는 판매자. 그 사람이 지금 옥션에서 그 옷을 8,500원에
팔고 있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클릭 몇번으로 알 수 있다.

온라인 유통에서 10년 넘게 잔뼈가 굵어 유통 박사가 된 사람이라도. 사업했을때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다.

운도 따라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한다. (10개 살때 매입가랑 1,000개 살때 매입가는 틀리다.)

좋은 카메라로 비싼 피팅모델을 사용하고. 한달에 백얼마씩 주는 디지이너를 채용해
옷을 팔아도. 돈을 버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쇼핑쪽에서 5년동안 일한 달달한조박사. 절대 이쪽에서 사업할 생각은 없다.

얼마나 힘든지 알고.. 돈은 돈 시간이면 시간 일이면 일... 어느정도 소비해야 되는지
알고 있다.

참고 : http://www.buyking.com/news/2004/05/news200405212116214

오늘도 학교 동창 녀석이 묻더라구요. 회사에서 쇼핑몰을 만들라고 하는데. 얼마나 드냐고
얼마 든다고 하니, 니가 좀 싸게 만들어 주라. (제가 웹개발 전공에 졸작으로 쇼핑몰을 만들었지만, 그때는 그냥 게시판을 응용한거지 지금 나오는 쇼핑몰처럼 만들려면 몇달 몇일동안 그것만 잡고 있어야 될텐데.)

이래 저래. 바쁜데도. 한 40분 상담을 해 주었습니다. 정말 온라인 유통이 별거 아닌것
처럼 보이나 봅니다. 한 10~50만원 주고 쇼핑몰 만들어서 물건 팔고.. 그게 입소문 나면
알아서 팔릴꺼다... 그냥 제품 한번 등록해서 주문 들어온거 물건만 보내면 끝이다.
이런 마인드.. 정말 누누이 말리지만. 몇명은 저질르고. 저를 원망합니다.
제가 저녁 한끼에 사진 촬영도 하고 상세설명도 만들어주고. 카드 결제 시스템이니
기본적인 온라인 유통을 알려줘도. 원망합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고등학교 선배가 술자리에서 그럽니다.
"준희야. 나 노트북 살까 하는데 얼마에 줄수 있냐?"
(그냥 노트북 살까 하는데. 아는 후배니 내가 좀 도와주고 싶고 생색도 내고 싶다.)
씁슬한 기분.. 따지기도 머하고. 후배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그냥 소주 한잔에
씁쓸함을 씻었습니다.

이게 자세히 파고 들면 상당한 전문직인데.. 제 생각해준다고 툭툭 내뱉는 말이
가끔은 심장을 후벼 파네요.

당신이 모니터 앞에서 마우스 몇번으로 쉽게 물건을 사는데. 판매자들이나 쇼핑 담당자들은
그 편함을 위해. 야근을하고 탈모증에 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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