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의 기지로 탄생한 초일류 명품 브랜드 디디바오(didibao).

최근 디디바오의 대표가 한국인이었다는 드라마틱 하면서도 쇼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디바오가 한국에 본격 상륙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 것 같다. 원래 블로그에는 글을 잘 안 남기지만 디디바오의 한국 상륙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일이 아닌가?

그래서 간만에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인터넷 여기저기서 모은 귀중한 사진 자료를 첨부하여 신비의 브랜드 디디바오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해봤다.

1. 명품 디디바오의 탄생

디디바오가 명품으로 둔갑하게 된 시발점은 아마도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의 중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란 사이트일 것 같다.
검색을 해보니

농담말구요..진짜 저게 진품이에여?? 디디바오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나려 함 ㅡ.ㅡ;;;;;;;;

라는 덧글이 2002년 9월24일에 달린 것으로 보아 이미 5년 넘어 전부터 디디바오는 이미 그 존재는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 아디다스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초기 디디바오 로고 >

이후 디디바오는 기존의 명품과는 차별되는 '초명품'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다음 역시 디시인사이드의 글 중 하나이다.

오늘은 너무나 운이 좋았소. 꿈에 그리던 명품 디디바오를 이 중국땅에서 직접 보고 만 것이오. 제품을 찍으려 했으나 종업원들의 적극 저지에 실패하고 말았소. 물건을 사서 찍으면 되었겠지만 값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더구려. 양말 한켤레에 대기업 사장 석달치 봉급이라니... 과연 어줍잖은 나이키, 리복 등은 눈에도 안 들어오더이다. 그래서 돈은 업ㅂ고 대신 아쉬운대로 쇼핑백을 하나 얻어와서 찍어보았소.
그런데 쇼핑백을 보고 의문이 들었소. 어째서 디디바오 같은 걸출한 명품이 나이키, 리복 나부랭이와 나란히 있어야 하는지를 말이오. 그래서 조선족으로 보이는 종업원에게 물었소. 아직도 그 경상도 억양의 종업원 말이 뇌리에 맴도는구려.

"디디바오는 늘 겸손합니더."

이미 디디바오는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거대한 인격체로 다가오고 있었다...

2. 그렇다면 디디바오의 정말 명품이었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아니다(심근호라는 한국인이 사장이라는 최근의 기사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한다). 아디다스 짝퉁을 보고 재미가 있어서 장난으로 퍼뜨린 우스개가 여러 네티즌들에 의해 하나 둘 살이 붙으면서 그런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부 속아넘어간 '된장녀(당시엔 이런 표현이 없었다)'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디바오가 아디다스를 모방한 중국제 싸구려 짝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닌가? 하긴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모르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알고 있었다. 워낙 디디바오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그런데 참고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아래에서 보듯 아디다스의 짝퉁인 디디바오가 다시 아류(짝퉁) 디디바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글자는 디디바오이지만 마크가 다르다.) 디디바오는 아디다스의 짝퉁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상당히 많이 팔렸던 것 같다.

          < 이름은 같지만 마크가 다른 디디바오의 또 다른 짝퉁 1>



                   < 이름은 같지만 마크가 다른 디디바오의 또 다른 짝퉁 2>


  < 이름은 같지만 마크가 다른 디디바오의 또 다른 짝퉁 3 (파란 작대기가 3개가 아니라 4개임)>

3. 새 로고의 탄생

이후 어느 패러디 사이트에서는 바뀐 디디바오 로고를 그럴싸하게 발표했다. 물론 구라이다. 가상 기사는 다음과 같다.

디디바오가 새로운 로고(사진)를 발표했다. 디디바오는 1일(한국시간) 오전 이탈리아에 있는 자사 회장의 별장에서 새 로고 발표회를 갖고 새 로고 론칭을 선언했다. 디디바오의 한 홍보 관계자는 '아디다스가 우리 로고를 모방하는 바람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 폐해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님께서는 아디다스의 부도덕성을 눈 감아주고 싶어하시는 입장이지만 불매운동을 펴겠다는 고객들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불가피하게 로고를 변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발표된 새 로고(사진)는 디디바오를 상징하는 한글 'ㄷ'과 알파벳 'D'를 동시에 상징하는 글자를 상부에 배치하고 하부에 '디디바오(didibao)'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보여 주는데 한글과 알파벳 두 가지로 동시에 읽히는 절묘한 예술미와 창조성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디자인을 본 사람들은 이탈리아 브랜드에 왜 하필이면 한글을 넣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는데 때문에 존재가 베일에 싸여 있는 그룹 총수가 한국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디디바오 측은 '왜 한글을 응용했는지 설명을 해봤자 아무도 이해하지 못 한다. 회장님은 늘 결과로 설명하신다. 회장님의 심오한 경영철학을 이해하려는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디디바오는 새 로고 발표와 동시에 기념으로 티셔츠 5만장을 발매했는데 한 장의 가격은 9,600유로(한화 약 1,200만원)이다.


 < 어느 패러디 사이트에서 재창조된 디디바오의 새 로고(정말 절묘하게 잘 만들었다)>

4. 반전 드라마의 시작

그리고 반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5년여 전 시작된 디디바오 신드롬이 - 사실 신드롬이라고 하기엔 좀 약하지만 -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다가 최근 디디바오를 입은 유명인 이미지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사람들의 옛 향수를 자극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베컴(맞긴 맞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브래드 피트>

위의 사진들은 합성을 한 티는 전혀 안 나지만'어 정말? 설마.. 합성 사진이겠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들이다. 바로 다음의 기사가 톰 크루즈의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미교포 심근호(56)씨가 운영하는 D사가 세계적인 톱 스타인 톰 크루즈와 12개월 간의 광고 모델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고 있다. D사는 2000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스포츠웨어 제조업체로 중소 규모의 회사이다.
이처럼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업체가 톰 크루즈처럼 '귀하신 몸'을 모델로 쓸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전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심 씨는 두 딸과 아내를 데리고 80년대 중반 도미했다. 도미 직후 마땅한 직업이 없던 그는 LA 거리 축제의 태권도 시범 행사를 총괄하게 되었고 우연히 이 행사에 들른 톰 크루즈는 태권도의 박력에 첫눈에 반해 이후 심 씨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훗날 톰 크루즈는 심 씨에게 지도 받은 태권도가 그의 출세작인 '탑 건'에서 절도 있는 생도의 모습을 연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웨어 제조업체가 중국이나 베트남과의 경쟁에서 밀려 OEM으로 연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독자 브랜드를 키워 온 심 씨의 애국심은 남다르다. 다음은 심 씨의 말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차치하고라도 이웃 일본에도 아식스, 미즈노 등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많다. 한국도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질 만한 시기가 되었다. 품질에 더 신경을 쓰고 마케팅에도 세심한 배려를 한다면 결코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심 씨 본인의 말을 빌어 '평생의 숙원을 반 정도 실현한' 그는 오렌지 카운티에 사는 많은 교민들의 축하 속에 여느 때와 같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으로 헐리웃까지 진출한 '디워'의 심형래 감독과 한국 최초의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꿈꾸는 심근호 사장. 두 심 씨의 건투를 기대해 본다.

D사는 바로 디디바오였던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다음과 같은 기사가 올라왔다.

                               
                              <최근 나도는 디디바오 관련 기사>

기사 내용이 많아 다 적을 수는 없고 요점만 말하자면 아디다스의 중국제 짝퉁으로 알려진 디디바오가 사실은 한국업체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미국에서 '돌려차'(웬 촌티ㅋㅋ)란 브랜드로 가방 공장을 시작한 심근호라는 분이 중국에 공장을 차려서 만든 브랜드가 '디디바오('아우 가방'이란 뜻이란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으로 수출도 많이 했단다.(그러니까 우리나라에도 알려졌겠지) 그리고 우연히 한국에서 디디바오가 명품 취급 받는 것을 알고는 미국 본사 이름도 아예 디디바오로 바꾸고 (로고도 저작권자 동의를 얻어 그대로 쓴다 함) 한국에도 진출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내가 알고 있는 디디바오의 역사는 여기까지이다. 간략히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중국에서 아디다스를 모방한 디디바오 생산
                                           ↓
                                    한국에 전파
                                           ↓
한국에서 네티즌들의 장난에 의해 '구전문학'화되며 '명품'으로 둔갑
                                           ↓                                          
                                새 로고까지 생겨남
                                           ↓
                            디디바오 관련 이미지 유포
                                           ↓
               디디바오가 한국 업체 제품이었다는 충격 기사 발표

 이게 무슨 신의 장난이던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던가? 짝퉁이 진퉁으로 부활한다면 그야말로 살아 있는 멋진 한 편의  드라마 아닌가?

심근호 사장 얘기처럼 일본만 해도 미즈노, 아식스가 있는데 - 스포츠에 관심 많은 나는 '데상트'라는 일본 브랜드도 알고 있다-_-v -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그나마 푸부(FUBU) 정도일까?) 삼성이 소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 이 시점에 패션 분야는 확실히 후진국이다. 따라서 디디바오가 진짜 명품으로 거듭나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 나는 비싸더라도 기쁜 마음에 하다못해 양말이라도 사줄 것이다.

(쓰다보니 막판에 에세이처럼 돼버렸다..에구구....-_-:: 하지만 여지껏 이만큼 방대한(?) 자료로 디디바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없었다. 퓰리처상이라도 줘야 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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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lijiajun/30023574834

짝퉁도 명품으로 만드는 디씨인사이드
디디바오.. 우왕ㅋ굳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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